원룸 비밀번호 노출, 범죄 위험

대구 대다수 원룸 현관 출입문 비밀번호가 문 옆에 고스란히 공개돼 있어 원룸 등 다세대 주택 보안이 무방비 상태에 놓였다. 신축 원룸 대부분은 취약한 보안성을 높이기 위해 현관 도어록을 설치하지만 낯선 이방인 출입을 막기는커녕 귀찮다는 이유 등으로 비밀번호를 버젓이 적어둔 탓에 오히려 범죄를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취재진이 수성구 내 원룸들을 다녀본 결과 현관문 틀이나 벽면, 심지어 도어락 위에 검은색 혹은 파랑색 매직으로 비밀번호가 적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심지어 이 ‘친절한 낙서’에는 도어락 비밀번호 앞뒤로 눌러야 하는 ‘#’이나 ‘*’같은 기능키를 ‘샵’, ‘별표’ 등으로 표기해 둔 경우도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일부 원룸 거주자들은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수성구 내 A원룸에 거주중인 한 거주자는 “사실상 동네 배달부와 택배 기사들은 대부분 원룸 현관 비밀번호를 알고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거주민들과 배달원들의 편의를 위해 적어뒀다고는 하나 범죄에 악용되지 말란 법이 어디 있겠나”라고 토로했다.

또한, 원룸 현관 출입문 비밀번호가 노출되면서 일부 여성 거주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상대적으로 혼자 거주하는 여성의 경우 금품 절도에 이은 성범죄 위험까지 노출될 수 있기 때문.

타지에서 올라와 혼자 원룸에 거주중인 A씨는 “가뜩이나 1층에 살고 있어 불안한데 처음 보는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현관문을 들어올 때마다 범죄 걱정이 가시질 않는다”면서, “원룸이라 다른 보안장치가 완벽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대놓고 출입이 가능하니 솔직히 좀 두렵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원룸 거주민들은 원룸주의 정기적인 비밀번호 교체, 경고 안내문 부착, 현관문 앞 CCTV 설치 등 여러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렇다 할 개선 사례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현관문을 열고 생활하거나 현관 도어락 비밀번호가 적혀 있는 원룸이 많다”면서, “이는 범죄에 노출될 수 있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범죄 예방을 위해 현관문을 귀찮더라도 꼭 닫고 비밀번호가 적혀있는지 확인하고 지우는 등 주민들의 보안의식이 확립돼야 한다”면서, “경찰 측에서도 원룸 여성범죄 취약지역 순찰, 경계를 강화하고자 ‘원룸 담당경찰관’을 지정, 범죄예방 홍보와 함께 주민의견을 수렴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므로 원룸 거주자 분들께서도 항시 주의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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