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안전불감증 ‘심각’

최근 전국 곳곳에서 안전사고가 터지고 있는 가운데 ‘안전 불감증’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장에서 지켜야할 안전 수칙과 매뉴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키지 않아 사고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발생한 스크린도어 작업자 사망 사고와 경기 남양주 지하철 공사 현장 폭발 사고 등도 ‘안전 규정 미준수’가 주원인이었다.

서울메트로는 지난 2013년 1월 ‘성수역 스크린도어 사고’ 이후 재발 방지 차원에서 협력사에 점검 시 2인1조로 출동하도록 하는 지침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보여주기 식 지시였을 뿐 인력, 비용 문제 등을 핑계로 개선되지 않았다. 이는 결국 지난해 8월29일 강남역 스크린도어 사고, 구의역 사고 등 또 다른 인재(人災)를 낳았다. 이번 구의역 사고의 경우, 부산시처럼 전동차를 운행하지 않는 밤 시간에만 작업을 하도록 규정했다면 차량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이유로 일각에서는 규정 준수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실제 작업현장, 회사 입장과 동떨어진 규정을 개선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건설업의 경우 안전불감증이 더욱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집계한 지난해 기준 전체 산업 평균 재해율은 0.50%인데 반해 건설업은 0.75%를 기록했다. 건설현장에선 2013년 567명, 2014년 486명, 2015년 493명 등 매년 건설현장에서 500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건설현장은 규정 준수가 근로자의 생명과 직결됨에도 불구하고 안이한 대처와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매년 500여명의 근로자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건설현장에서 안전을 등한시 하는 건 대한민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와 가벼운 처벌수위가 만들어 낸 합작품이라고 밝혔다. 이어 건설현장 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 현장에서도 언제든 이 같은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북도 역시 상황이 다르지 않다. 지난달 경북 고령군의 한 제지공장에서는 원료 배합 탱크를 청소하던 근로자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당시 탱크 안에는 유독가스인 황화수소가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근로자들은 기본적인 마스크조차 착용하지 않고 들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유독가스 발생 위험이 있는 사업장임에도 이에 대한 매뉴얼이나 보호 장구는 마련돼 있지 않았다.

또 밀폐된 탱크를 청소할 때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환기나 호흡용 보호 장비도 없었다. 놀라운 건 공장 내 다른 근로자들 역시 평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점이었다. 우리 주변에 안전불감증이 얼마나 만연해져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였다.

대한민국의 안전불감증 문제는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이미 몇 십 년 전부터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안전대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안전불감증이 뿌리 뽑히지 않는다면 다음 희생자는 작업현장 근로자가 아니라 대다수의 국민이 될 수도 있다.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는 하루 빨리 안전대책을 마련하고 재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